이 글은 월 1만 5천 원짜리 VPS에 24시간 AI 비서를 올렸다 시리즈의 두 번째 글이다.
노트북 뚜껑을 닫으면 멈추는 자동화는 자동화가 아니다. 그래서 24시간 켜져 있는 기계가 필요했고, 처음 떠올린 답은 클라우드가 아니라 맥미니였다.
몇 달째 타임라인에 맥미니 홈서버 구축기가 떠다니고 있었다. 무소음, 저전력, 도커 잘 돌아감, 책상 위에 올려두면 예쁘기까지 함. 읽다 보면 사고 싶어진다. 나도 그랬다.
결국 안 샀다. 살 준비를 하다가 다른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맥미니 홈서버가 후보에 오른 이유
기술적으로 이상한 선택이 아니었다. 오히려 조건이 잘 맞았다.
24시간 켜두기에 부담이 없다. 커뮤니티 후기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무소음과 저전력이다. 데스크톱 PC를 서버로 쓰던 사람들이 팬 소음과 발열 때문에 결국 갈아탄 경우가 많다. 침실이나 거실에 둬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건 큰 차이다.
도커가 그대로 돈다. 내가 올리려던 것들 – 에이전트, n8n, 워드프레스 – 은 전부 컨테이너다. 특별한 제약이 없다.
한 번 사면 끝이다. 매달 나가는 돈이 싫었다. 이미 구독료가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고정 지출 항목을 하나 더 늘리는 게 심리적으로 걸렸다. 목돈을 한 번 치르고 끝내는 쪽이 마음 편해 보였다.
그리고 로컬 LLM. 애플 실리콘은 CPU와 GPU가 메모리를 공유하는 통합 메모리 구조라, 램이 곧 GPU 메모리로 쓰인다. 그래서 로컬 LLM 커뮤니티에서 맥미니가 꾸준히 언급된다. 모델을 내 기계에서 돌리면 API 비용이 0이 된다는 계산이 머릿속에 있었다.
내가 본 건 M4 기본형 16GB였다.
구축기를 읽다가 다른 걸 알게 됐다
사기 전에 자료를 모으는 습관이 있다. 맥미니로 뭘 어디까지 돌릴 수 있는지, 실제로 해본 사람들 글을 훑었다.
그 과정에서 계속 걸리는 단어가 있었다. 맥미니 홈서버 얘기를 하다가도, AI 에이전트를 24시간 돌리는 이야기가 나오면 어김없이 VPS가 같이 등장했다. 처음엔 흘려봤다. 나는 집에 기계를 두기로 이미 마음을 굳힌 상태였으니까.
그러다 호스팅 업체 한 곳의 서비스를 들여다보게 됐다. 놀란 지점이 두 개였다.
하나. 내가 올리려던 걸 원클릭으로 깔아준다. 애플리케이션 카탈로그에 Hermes Agent가 들어 있었다. 도커 구성을 직접 짤 필요 없이 항목을 고르고 관리자 계정만 정하면 배포가 끝나는 구조였다. 맥미니를 사서 도커부터 올리려던 계획과 비교하면 출발선이 다르다.
둘. 가격이 예상 범위 밖이었다. 2코어에 메모리 8기가, 저장공간 100기가짜리 플랜이 약정 기준 월 1만 5천 원대였다. 나는 클라우드 서버가 이보다 훨씬 비쌀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 생각의 근거가 뭐였냐면, 없었다. 그냥 한 번도 확인해본 적이 없었다.
“맥미니냐 아니냐”로 보던 문제가 갑자기 세 번째 선택지를 갖게 됐다.
비교표를 다시 만들었다

표를 채우면서 결정이 났는데, 결정을 만든 칸은 맨 위 두 줄이었다.
목돈이 사라진다
맥미니는 사는 순간 값을 전부 치른다. VPS는 첫 달에 1만 5천 원대가 나가고 끝이다.
숫자를 오래 붙들고 있으면 “몇 개월 이상 쓰면 맥미니가 이긴다”는 손익분기가 나온다.
나도 그 계산을 했다. 그런데 그 계산에는 전제가 하나 숨어 있다. 내가 이 프로젝트를 그 개월 수만큼 계속한다는 전제다.
그 전제가 확실했다면 맥미니가 맞았을 것이다. 문제는 당시의 내가 이 시스템을 실제로 쓰게 될지 몰랐다는 것이다. 개인 프로젝트 세 개를 벌여놓고 전부 흐지부지된 전적이 있는 사람의 계산이었다.
접었을 때 잃는 것
한 달 쓰고 접으면 손실이 1만 5천 원이다. 맥미니를 사고 한 달 만에 접으면 책상 위에 안 쓰는 컴퓨터가 한 대 남는다. 중고로 팔면 되긴 하지만, 그건 “잃지 않는다”가 아니라 “덜 잃는다”에 가깝다.
시작 비용이 낮으면 시작 자체가 쉬워진다. 이게 이 결정에서 제일 컸다. 맥미니를 사려면 결심이 필요했고, VPS는 그냥 시작하면 됐다.
로컬 LLM은 명분이 되지 못했다
맥미니를 밀던 가장 큰 기술적 명분이 로컬 LLM이었는데, 자료를 찾을수록 근거가 약해졌다.
16GB로는 부족하다. 통합 메모리 구조상 램이 곧 모델이 들어갈 자리인데, 32GB를 산 사람들도 “쾌적하게 돌리기는 팍팍하다”고 쓴다. 실사용 가능하다는 평이 나오는 구간이 8B에서 30B 사이인데, 그 위로 가면 “쓸 수는 있지만 빠르지 않다”가 중론이다. 16GB는 그 구간의 아래쪽 끝이다. (2026년 기준 커뮤니티 후기)
게다가 내가 올리려던 에이전트는 모델을 API로 불러다 쓰는 구조다. 추론은 제공자 쪽 서버에서 일어난다. 내 기계가 아무리 좋아도 그 연산은 내 기계에서 안 일어난다.
명분이 사라지자 남은 건 “예쁘고 조용한 컴퓨터를 한 대 사고 싶다”였다. 그건 서버 선택의 근거가 아니다.
결정하고 나서야 눈에 들어온 것들
솔직히 적자면, 나는 비용을 보고 결정했다. 표의 나머지 칸들은 VPS를 쓰기 시작한 뒤에야 값어치를 알았다.
공인 IP와 포트. 블로그를 띄우려면 외부에서 접속이 들어와야 한다. 가정용 인터넷은 대개 유동 IP고, 통신사에 따라 80번과 443번 포트를 막아둔다. 우회 방법은 있다. DDNS를 걸거나 터널링 서비스를 쓰면 된다. 다만 그 순간 “집에 기계 한 대 두면 끝”이라는 단순함이 사라진다. VPS는 고정 IP가 처음부터 붙어 나왔고, 이 문제를 겪을 일 자체가 없었다.
장애 대응. 이게 가장 크게 다가온 부분이다. 직장이 폐쇄망 환경이라 업무 시간에 외부 접속을 할 방법이 없다. 집에 있는 기계가 아침에 멈추면 나는 그 사실을 저녁에야 안다. 알아도 손을 못 댄다. VPS라고 폐쇄망을 뚫는 건 아니지만, 하드웨어와 전원은 업체가 관리하고 정전이나 공유기 재부팅으로 죽는 일이 없다. 집 서버의 장애는 내가 집에 있어야만 복구된다.
백업. 스냅샷과 주간 자동 백업이 딸려 왔다. 맥미니였다면 직접 구성해야 했고, 아마 한동안 미뤘을 것이다.
그래도 맥미니가 맞는 경우
공정하게 적어둔다. 반대 조건이면 결론도 반대다.
- 집이나 사무실 안에서만 쓸 것 – 외부 공개가 필요 없으면 공인 IP 문제가 통째로 사라진다
- 데이터를 밖으로 못 내보내는 작업 – 클라우드로 해결이 안 된다. 로컬이 유일한 답이다
- 낮에도 집에 손댈 수 있는 환경 – 재택이나 자영업이면 장애 대응 논리가 무너진다
- 오래 쓸 게 확실한 경우 – 손익분기를 넘길 자신이 있으면 목돈이 유리하다
- 32GB 이상으로 로컬 LLM을 제대로 굴릴 생각 – 다만 이건 별개의 프로젝트로 보는 게 맞다
내 조건에서 맥미니가 진 거지, 맥미니가 나쁜 선택이라는 뜻이 아니다.
이 편에서 막힌 것
상황 – 24시간 도는 서버가 필요했고, 유행하는 맥미니 홈서버를 M4 16GB 기준으로 알아보고 있었다.
방향이 바뀐 지점 – 구축기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VPS 호스팅을 알게 됐다. 올리려던 에이전트가 원클릭 카탈로그에 있었고, 월 요금이 예상보다 훨씬 낮았다.
결정 근거 – 비용 구조. 목돈을 미리 치르지 않아도 되고, 접더라도 손실이 한 달치다. 계속할지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는 시작 비용이 낮은 쪽이 옳다.
나중에 알게 된 것 – 공인 IP, 포트, 장애 대응, 백업. 결정할 때는 고려하지 않았는데 실제로는 이쪽이 더 컸다.
다음 편 – 그럼 그 API 비용은 얼마나 나오나. 구독을 해지하고 그 돈을 API로 돌리면 이득인지 계산해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