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월 1만 5천 원짜리 VPS에 24시간 AI 비서를 올렸다 시리즈의 네 번째 글이다.
앞 편: Claude Max를 해지하고 그 돈으로 API를 충전하면 쌀까
VPS로 가기로 정하고 나니 다음 질문이 바로 왔다. 어느 플랜을 사야 하나.
한 대에 올릴 게 다섯 개였다. AI 에이전트, n8n, 리버스 프록시, 워드프레스, 데이터베이스. 전부 도커 컨테이너다.
이런 구성이면 보통 가장 싼 플랜으로 시작하라는 조언을 듣는다. 나도 들었다. 따르지 않았고, 그 이유를 적어둔다.
결론부터 – 2코어 8기가를 골랐다
가장 싼 플랜은 1코어에 메모리 4기가다. 한 단계 위가 2코어 8기가다. 월 2천 원 남짓 차이다.

컨테이너 다섯 개를 한 대에 올린다는 전제로 봤다.
“일단 싸게 시작하고 나중에 올리면 되지 않나”가 합리적으로 들린다. 실제로 플랜 업그레이드는 데이터 손실 없이 된다. 그런데 내 경우엔 그 논리가 안 맞았다. 이유가 세 가지다.
하나 – 메모리는 부족해지는 순간 조용히 죽는다
CPU가 부족하면 느려진다. 느려지는 건 참을 수 있고, 무엇보다 눈에 보인다.
메모리는 다르다. 부족해지면 커널이 프로세스를 골라서 죽인다. 그리고 그 대상은 대체로 그 순간 메모리를 가장 많이 쓰고 있던 놈이다. 자동화 시스템에서 그건 보통 초안을 생성하고 있던 워크플로거나, 막 요청을 처리하던 에이전트다.
문제는 이게 조용하다는 것이다. 에러 메시지가 텔레그램으로 오지 않는다. 그냥 결과가 안 온다. 아침에 뉴스가 안 왔길래 소스가 없었나 보다 하고 넘어가는 식이 된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아채는 데 며칠이 걸릴 수 있다.
시리즈 뒤에서 다루겠지만, 이 시스템에서 가장 오래 못 찾은 문제들은 전부 “에러 없이 조용히 안 되는” 것들이었다. 그런 종류의 문제를 하나라도 미리 줄일 수 있다면 월 2천 원은 싸다.
둘 – 워드프레스가 생각보다 많이 먹는다
에이전트와 n8n만 보면 4기가로도 될 것 같다. 실제로 이 둘은 무거운 프로그램이 아니다. 에이전트는 모델을 API로 부르기만 하니 연산이 거의 없고, n8n도 평소엔 대기 상태다.
문제는 워드프레스다. 데이터베이스가 따로 뜨고, PHP 프로세스가 요청마다 붙고, 캐시 플러그인이 또 메모리를 쓴다. 여기에 자동 발행이 얹히면 REST API 요청이 주기적으로 들어온다.
게다가 이것들은 동시에 몰린다. 아침 6시에 수집 워크플로가 돌면서 모델을 호출하고, 그 결과가 워드프레스에 임시글로 저장되는 게 같은 시간대다. 평균 사용량으로 계산하면 여유로운데 피크에서 터진다.
셋 – 업그레이드는 되지만, 리전은 안 된다
플랜은 나중에 올릴 수 있다. 리전은 못 바꾼다.
정확히 말하면 재설치 없이는 안 된다. 서버를 처음 만들 때 고른 위치가 그대로 간다. 그래서 이건 나중으로 미룰 수 있는 결정이 아니었다.
그리고 여기서 예상 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업체의 VPS는 싱가포르를 고를 수 없다. 웹 호스팅과 클라우드 호스팅에는 싱가포르가 있는데, VPS 리전 목록에는 없다. 아시아에서 고를 수 있는 건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세 곳뿐이다.
한국에서 쓸 거라면 이 셋 중에서는 말레이시아가 가장 가깝다. 그래서 쿠알라룸푸르를 골랐다.
블로그 방문자가 한국에 몰릴 거라면 이게 아쉬운 점이 맞다. 다만 CDN을 붙이면 이미지와 정적 파일은 더 가까운 곳에서 서빙되므로, 체감 차이는 생각보다 작다. 국내 호스팅을 쓸 수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러면 이 시리즈의 나머지가 전부 달라진다. 원클릭 카탈로그도, 이 가격도 없기 때문이다.
약정가와 갱신가는 다른 숫자다
이게 계약 전에 반드시 봐야 하는 부분이다.

싼 플랜이 곧 싼 선택은 아니다.
광고에 나오는 월 요금은 첫 계약 기간에만 적용된다. 24개월 약정이면 24개월 동안 그 값이고, 그 뒤에는 갱신가로 올라간다. 전액 선결제가 조건인 경우가 많으니, 월 요금처럼 보이는 숫자가 실제로는 “총액 ÷ 개월수”라는 점도 알고 들어가야 한다.
그래프를 그려보고 나서야 보인 게 있다. 상승폭이 플랜마다 다르다.
| 플랜 | 약정가 | 갱신가 | 상승폭 |
|---|---|---|---|
| KVM 1 | $6.49 | $11.99 | +85% |
| KVM 2 | $8.99 | $14.99 | +67% |
| KVM 4 | $12.99 | $28.99 | +123% |
| KVM 8 | $25.99 | $49.99 | +92% |
(2026년 9월 공개 가격 기준)
내가 고른 플랜이 상승폭이 가장 작다. 이건 고를 때 몰랐고, 이 글을 쓰면서 표를 만들다가 알았다.
약정가 차이는 월 $2.50인데, 갱신 후 차이는 월 $3.00이다. 처음에 싼 플랜을 고르고 나중에 올리면, 갱신 시점에는 오히려 더 비싼 구간으로 들어가게 된다. 가장 싸게 시작하라는 조언이 장기적으로는 안 맞을 수 있는 이유다.
그래서 정리하면
싼 플랜이 맞는 경우
- 컨테이너 한두 개만 올릴 것
- 워드프레스가 없거나, 정적 사이트일 것
- 학습이나 테스트 목적이고 접을 가능성이 있을 것
한 단계 위가 맞는 경우
- 컨테이너 다섯 개 이상을 한 대에 올릴 것
- 워드프레스와 데이터베이스가 포함될 것
- 정해진 시각에 자동으로 도는 작업이 있을 것 — 피크가 몰린다
- 장애를 즉시 알아채기 어려운 환경일 것
마지막 항목이 내 경우였다. 폐쇄망 직장이라 평일 낮엔 서버를 못 본다. 볼 수 없는 시간이 길수록, 애초에 안 죽는 쪽에 돈을 쓰는 게 맞다.
(사양과 가격은 자주 바뀐다. 이 글은 2026년 9월 공개 가격 기준이다.)
이 편에서 막힌 것
질문 — 컨테이너 다섯 개를 올릴 건데 가장 싼 플랜으로 시작해도 되나.
판단 — 아니다. 메모리 부족은 느려지는 게 아니라 프로세스가 죽는 것이고, 그게 에러 없이 조용히 일어난다. 자동화 시스템에서 이건 며칠씩 못 찾는 문제가 된다.
되돌릴 수 없는 결정 — 플랜은 나중에 올릴 수 있지만 리전은 재설치 없이 못 바꾼다. VPS 리전 목록에 싱가포르가 없어서 말레이시아를 골랐다.
나중에 알게 된 것 — 갱신가 상승폭이 플랜마다 다르다. 내가 고른 플랜이 상승폭이 가장 작았다. 싸게 시작해서 올리면 갱신 때 더 비싼 구간으로 간다.
다음 편 — 서버를 받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 SSH 키 인증을 켰는데 비밀번호 로그인이 계속 열려 있었다.

[…] 이 글은 월 1만 5천 원짜리 VPS에 24시간 AI 비서를 올렸다 시리즈의 다섯 번째 글이다. 앞 편: 에이전트·n8n·워드프레스를 한 서버에 올릴 때 사양 고르기 […]